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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막글 - 3 post

빈손


내가 광년(光年)과 성운(星雲) 따위를

말하기 시작하면 그는

졌다는 듯이 빈손을 팔랑팔랑 흔들어 보이고는

물었다 땅에 발 딛고 살면서 그런 게

그렇게 좋냐고


하지만 그게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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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


아빠가 잠들고도 한참이나 지나서야

조심스레 방문을 열고 나와

참았던 오줌을 누고 물을 마실 수 있었다


그런 새벽의

부엌에는 아무 곳에나 비벼 끈 꽁초 뭉치와

가래침 소주병 그리고 먹다 남은

후랑크쏘세지 따위가

부러진 식탁 주위로 나뒹군다


맛있었다 불안하고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아빠와

아세트알데히드

사금파리와 가래침 사이에 앉아

말없이 소시지를 주워 먹는 부엌에

내려앉는 아침 햇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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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그날


금붕어는 그날그날의 생존을

걱정하지 않는다

투명한 정적을 유영하는 빛이 붉게 번득인다

나는 그 둥그런 평화에 입 맞추고

돌아눕는다

어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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